NOMO.asia

류이치 사카모토:오퍼스 - 짧은 감상평

Posted 2024. 3. 16. 22:25, Filed under: 음악

지난 2024년 1월 1일, 고인의 마지막 콘서트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인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를 보았다. 국내 개봉일인 12월 27일은 일본에 체류 중이어서 바로 보지는 못했고, 귀국하자마자 볼 수 있도록 미리 예매해두었던 터라 귀국과 동시에 바로 볼 수 있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어릴적부터 내가 사랑했던 아티스트였다. 특히 나는 2009년에 발매된 "Playing the Piano" 라는 앨범을 좋아하는데, 이번 영화가 그의 피아노 연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큰 감동을 느끼게 했다.

2009, Playing the Piano, Ryuichi Sakamoto

연주는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 강렬했고,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손놀림에서는 결연한 기개가 느껴졌다. 그러나 결말을 예감케 하는 듯, 고요하고 장엄한 장례식과도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영화를 보기 전 미리 들은 Playing the Piano 와 비교하여 이번 영화의 라이브 연주에서 느껴지는 불완전함과 떨림으로부터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개봉한 류이치 사카모토:코다 와 에이싱크도 영화관에서 보았었는데, 그 때는 처음 듣고, 생소한, 난해한-비동시성, 소수, 혼돈, 양자물리학, 인생무상- 곡들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유명한 곡들이 많고 대부분이 아는 곡들이라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 영화가 내게 의미있었던 것은 이렇게 피아노 연주를 집중해서 들었던 것이 마지막으로 언제였던가란 질문이다. 릴스, Shorts, 몰아보기, 결말포함, 빨리감기 1.5배속에 물들여진 내게 이 영화는 디지털 디톡스와도 같았다. 한 아티스트의 마지막 연주를 지켜보며 나도 그간의 여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 청각과 뇌를 정화시켰고, 어둠으로 촛불이 물들듯 서서히 스며들었다. 그리고 많은 고찰-의미있는 잡생각-을 했다!

올해는 좀 더 고요하고, 내면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을 더 봐야겠다는 계기를 준 영화였다. 영화가 OTT에 풀리면 다시 보려고 했는데 아직 개봉하지 않은 국가들이 많아 당분간 OTT에는 올라오지 않을 느낌이다. 다만 메가박스 이수(아트나인)에서는 아직 상영해주는 듯하다. 평일이라 아쉬울 따름이다.